갑상선암은 ‘착한 암’?…생존율 7% 안 되는 종류도 있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갑상선(갑상샘)은 목 앞부분에 있는 나비 모양 기관으로,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호르몬을 분비한다. 다른 장기처럼 갑상선에도 혹이 생길 수 있는데, 갑상선에 생긴 혹을 갑상선 결절 혹은 갑상선 종양이라 한다.

갑상선 종양은 크게 양성 종양과 악성 종양으로 나뉜다. 양성 종양은 말 그대로 경과가 양호한 혹이다. 혹의 크기가 커지면 보기에 안 좋을 뿐 다른 곳으로 퍼지거나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갑상선 악성 종양 즉, 갑상선암은 크기가 커지면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돼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갑상선암으로 진료받은 사람은 34만 1,555명이다.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데, 2017년 환자 중 여성은 28만 1,007명으로 남성 6만 148명보다 4.7배 많았다.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많은 이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임치영 교수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면서도 “여성호르몬과 결합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갑상선에도 있기에 여성이 남성보다 갑상선 자극을 많이 받을 거라고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환자 수는 여성이 더 많지만, 남성에게서 발생한 갑상선암이 좀 더 공격적이며 주변 임파선(림프절)으로 더 많이 전이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갑상선 유두암이 갑상선을 둘러싼 피막을 침범해 갑상선 밖으로 돌출된 상태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갑상선암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갑상선암은 종양 세포가 유두 모양으로 볼록 튀어나온 ‘갑상선 유두암’이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갑상선암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 암은 비교적 천천히 자라면서 림프절 전이를 잘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치료 성공률이 높아서 ‘착한 암’이라고도 불린다. 다음으로 흔한 암은 ‘갑상선 소포암’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10% 정도를 차지하며 혈관을 침범하거나 폐와 뼈로 전이될 수 있다.

‘갑상선 수질암’은 전체 갑상선암 중 0.5~1% 정도를 차지하는 희귀 암이다. 다른 내분비 질환과 연관돼 발생하거나 가족력으로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희귀 암은 ‘갑상선 역형성암’이다. 가장 공격적인 암으로 항암치료와 방사성요오드 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아 예후가 가장 나쁘다. 갑상선 역형성암으로 진단되면 평균 생존 기간이 6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생존율은 1~7% 정도다.

갑상선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으며, 혹이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다른 이유로 초음파 검사나 CT 검사 등을 받다가 우연히 암을 발견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암 초기라도 종양이 성대를 조절하는 신경 근처에 있는 경우에는 목소리가 변하거나 사레가 잘 들리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암이 더 진행되면 딱딱한 혹이 만져지거나, 커진 혹이 기도나 식도를 눌러 숨 쉬거나 삼키기 어려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비만 △요오드가 부족한 식생활 △가족력 △어린 시절의 과도한 방사선 노출 등이 갑상선암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과체중이거나 비만하면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눠 구하는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5씩 증가하면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은 33%씩 증가한다.

요오드는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성분으로 미역, 다시마, 연어 등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를 부족하게 섭취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섭취해도 갑상선암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상선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두암과 소포암은 거의 유전되지 않는다. 그러나 희귀 암인 갑상선 수질암은 유전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를테면 부모 중 한 명에게서 유전성 갑상선 수질암이 있다면, 자식의 경우 4명 중 1명에서 갑상선 수질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갑상선은 방사선에 특히 예민한 기관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방사선에 노출되면 갑상선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아동기에 갑상선이 있는 목 주변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 1940~1950년대에는 여드름, 편도선 비대, 흉선종 등을 치료할 때 방사선을 조사했는데, 20년 후 이들에게서 갑상선암 발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림프암, 백혈병 등 심한 악성종양을 치료할 때만 방사선을 조사하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치과용 방사선 검사, 흉부 X-레이, 유방촬영술 등에 사용되는 방사선은 갑상선암을 일으키지 않는다.

갑상선암은 원전사고에서 방출되는 방사성 요오드에 의해서도 발생될 수 있다.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로 방사성 요오드가 누출됐다. 방사성 요오드에 오염된 주변 지역에 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서 수년 후에 갑상선암이 많이 증가된 것이 관찰된 것이다. 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생존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도 갑상선암 환자 발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방사성 요오드를 흡입하거나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면서 갑상선암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