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실적을 살펴보면 예상보다 잘 팔리는 차들이 많다. 대부분은 이렇다 할 마케팅도 하지 않는 차량들인데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용한 인기를 누린다. 생각해보면 도로에서도 은근히 많이 보이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다. 의외로 잘 팔리고 있는 수입차들의 특징은 분명하다. 자신들만의 뚜렷한 색채를 가졌거나, 경쟁 차량에게서 만나볼 수 없는 독보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 생각보다 잘 팔린 수입차 TOP7을 꼽아봤다. 7위. 포르쉐 911…’스포츠카가 이정도다’
포르쉐 911은 지난해에만 1062대가 판매됐다. 그리 많은 대수가로 생각치 않을 수 있겠지만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906대) 보다도 많고, 아우디 A4(1064대), 메르세데스-벤츠 GLA(1098대)와 비슷하게 팔렸다. 2억원대를 호가하는 스포츠카가 이 정도다. 911은 차값을 상회할 정도로 풍부한 옵션을 고를 수 있고, 일상에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데일리 스포츠카여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복합연비는 8.2km/l로 스포츠카 치곤 착하다.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911만의 클래식한 디자인은 덤이다. 6위. 링컨 에비에이터…’익스플로러 다음으로 많아’
링컨 에비에이터는 1405대가 팔렸다. 링컨 전체 실적의 54.7%에 달하는 엄청난 비중이다. 포드코리아의 전체 실적을 놓고 봐도 포드 익스플로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에비에이터의 강점은 동급 대형 SUV에서도 보기 드문 사양들이다. 30방향으로 조절되는 전동 시트를 비롯해 28개 스피커가 내장된 레벨 울티마 3D 오디오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2열 시트 등받이 15도까지 젖힐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과 개별 온도제어가 가능한 후석 디스플레이는 플래그십 세단을 연상케 하는 구성이다. 5위. 폴스타2…’테슬라 다음은 나야 나!’
폴스타2(2794대)는 작년 1월 공개 되자마자 4000여대가 예약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지난 해에는 테슬라 모델Y, 모델3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인도됐다. 전체 순위를 놓고 봐도 포드 익스플로러, BMW 7시리즈, 미니 컨트리맨에 이은 28위다. 폴스타2의 인기 비결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상품성이 개선된 2023년형 모델의 경우 싱글모터 가격은 동결됐고, 롱레인지는 3% 가량 인상된 5990만원이다. 테슬라 모델Y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1000만원 이상 비싸진 것과도 대조됐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최적화된 구성도 호평받았다. 티맵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플로, 누구 등 SKT의 주요 기능들을 인포테인먼트에 내장한 게 대표적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비스센터 접근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4위. 미니 클럽맨…꾸준한 인기의 비결은?
미니 클럽맨은 매년 2000여대 이상이 꾸준히 판매되며 브랜드 실적의 25%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2022년 판매량은 2403대다. 클럽맨의 강점은 뛰어난 실용성이다. 기본 트렁크 용량은 360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250리터까지 확장된다. 반듯한 루프 라인 탓에 카시트를 눕히지 않고도 적재할 수 있고 양문형 테일게이트로 유니크한 느낌도 더했다. 컨트리맨이 어딘가 어색한 소비자들에게는 썩 괜찮은 선택인 셈이다. 클럽맨은 미니의 주력 구매층인 2030보다 더 높은 연령대를 끌어모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미니 측에 따르면 클럽맨의 주 고객층은 3040 기혼 남성으로, 60대 비중도 5%가 넘는 등 고령층에도 매력적인 모델로 어필하고 있다. 3위. 토요타 라브4…’캠리를 넘어선 인기’
토요타 라브4는 2696대가 팔렸다. 전통적인 베스트셀러 캠리(1458대) 보다도 많은 수치다. 라브4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15.5km/l를 발휘하는 복합 연비를 비롯해 뒷바퀴를 전기모터로 굴리는 전동식 사륜구동 시스템 E-Four 등으로 호평받고 있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가격(4170~4740만원)도 호평받고 있다. 2위. 볼보 S90…’볼보가 볼보했다!’
볼보 S90은 4361대가 출고됐다. 단일 모델로선 볼보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전체 비중에서도 30.2%를 차지했다. S90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아우르는 전동화 라인업으로 친환경 트렌트를 반영하고,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하는 등 현지화에 신경 쓴 모습이 호평받았다. ‘안전은 옵션이 될 수 없다’는 철학 아래 모든 주행 보조 시스템을 기본화 한 것도 특징이다. 경쟁 차량 대비 합리적인 가격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상위 모델인 S90 리차지의 가격은 8570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S클래스의 중간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5년/10만km 워런티, 8년/16만km 고전압 배터리 보증, 평생 부품 보증 등의 서비스패키지로 유지관리 부담을 줄인 것도 장점이다. 1위. BMW i4…’4시리즈보다 싸고 M4만큼 빨라’
가장 의외였던 모델은 BMW i4(2353대)다. BMW 전기차 중 가장 높은 실적을 나타냈고, 섀시를 공유하는 4시리즈(1371대) 보다도 더 많이 팔렸다. 인기 비결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엔트리 트림인 eDrive40(6650~7310만원)은 내연기관 버전의 4시리즈(5770~9300만원) 일부 트림보다 저렴하다. 제네시스 GV60(6493~7413만원) 등 국산 전기차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도 이목을 모은다. 가장 강력한 성능을 내는 i4 M50은 성능 면에서도 꿀릴 게 없다. i4 M50(544마력, 0-100km/h 3.9초)은 M4 컴페티션(510마력, 0-100km/h 3.5초)과 비슷한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강력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은 호 불호가 극명한 디자인마저 뚫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