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21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6세 이상 자녀를 둔 다문화가족이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88.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중 자녀의 학습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가족부는 다문화가족 자녀가 차별받지 않고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 자녀 맞춤형 지원체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볼까요?
여성가족부는 결혼이민자의 자녀 양육 어려움을 해소하고, 다문화아동과 청소년의 정서안정을 도모하고 학력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 신규로 심리 상담과 진로지도(78개소), 기초학습지원 사업(90개소)을 전국 가족센터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올해 다문화가족 자녀 기초학습지원과 진로지원이 시작된 만큼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경남지역에서 다문화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김해시가족센터에 기초학습지원 사업에 대해 이은실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해 4월 기준, 김해시 초·중·고 다문화학생은 2016명으로 전년대비 9.4% 증가했습니다. 경남 지역 다문화학생 증가율이 3.32%로 김해시는 매년 다문화학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김해지역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김해시 진영읍 지역의 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다문화가족 욕구조사를 한 결과,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가정 자녀가 한국문화와 언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교 제도에 대한 정보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학교생활 부적응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문화가족의 미취학 및 저학년 자녀를 대상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본 학습을 지원해 학교적응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지난 3월부터 취학준비 학습 지원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기초학습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김해시가족센터의 기초학습지원은 교육과 상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용대상은 6~7세 미취학 아동과 8~9세의 취학아동으로 김해시의 내외동, 진영읍 2개 지역 3개 반으로 총 21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전 시간에는 미취학 아동을 위해 40분간 매주 2회씩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찾아가는 서비스로 진행되며, 읽기, 쓰기 위주의 한글학습을 목표로 숫자세기, 독후활동으로 진행됩니다. 숫자를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 교구나 보드게임을 활용해 진행하며, 매월 한 권의 그림책을 정해 한 달간 같이 읽고 관련된 독후활동으로 만들기, 그리기, 요리 등의 오감체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1~2학년 취학아동을 대상의 학습지원이 가족센터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 2회 80분, 국어, 산수, 독후활동 수업이 학교 교육과정에 맞춰 진행되는데요. 특히 사전테스트를 통해 글자 읽기와 쓰기가 안 되는 아동의 경우 미취학 아동과 같이 맞춤형 한글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렇게 7개월 간 기초학습지원 서비스를 받은 어린이의 일부는 한글 읽기 쓰기가 일정 수준으로 갖춰졌으며, 짧은 글을 읽고 서술형 문제 풀기도 가능해졌습니다.
“휴대폰 게임에 빠져있던 아이가 기초학습지원을 받으면서 밝고 명랑해졌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다문화가족 A씨(베트남 출신·30대)는 한국에 온 지 9년 차이지만 한국말도 익숙하지 않고 한국 교육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곤란한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 일을 하고 있어 아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김해시가족센터의 기초학습지원 서비스를 알게 되면서 휴대폰 게임 관련 상담을 받게 됐고, 아이가 휴대폰 시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말도 늘어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싱글벙글한 요즘이라고 말했습니다.
“표정이 없던 아이가 이제는 먼저 다가가 인사할 정도로 밝아졌습니다.”
러시아 출신 외국인 가정 B씨(30대)는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통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B 씨의 아이는 센터에 처음 방문했을 때 한국말을 입에서 떼지도 못하고 표정도 없이 앉아만 있다 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가족과 함께하는 요리 수업에 참여하던 중 아이와 함께 10분이라도 시간을 보내라는 조언을 받은 B씨는 아이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 후 아이의 표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가정에서 행복한 추억과 자신감을 얻은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한국말을 배우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됐는데요. 이제는 먼저 센터 선생님에게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할 정도로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사업이 차별화되는 점은 다문화가족 보호자를 대상으로 학교생활 및 교육과정, 자녀와 올바른 상호작용 방법 등 개별상담도 진행하는 등 학부모들의 역량강화 교육도 실시한다는 점입니다.
이은실 담당자는 다문화가족 부모의 경우 한국의 학교생활 정보가 거의 없다 보니 기본적인 학교 정보를 얻고자 할 때도 그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성적표가 나왔을 때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나는 1학년을 어디에 맡겨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맞벌이 부모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 학교 생활가이드가 담긴 자료를 보내주거나 함께 성적표를 읽기도 하고 학교의 방과 후 교실과 돌봄 교실 등을 안내해줘 다문화가족 부모들은 혼자 고민했던 일들이 해결됐다며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이은실 담당자는 다문화학생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김해시의 특성에 맞춰 안정적으로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취학준비 학습지원 사업은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올해 처음 시작한 사업인 만큼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가정의 부모를 위해 취학 시기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 강의를 진행하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습니다.
지금까지 다문화가족 자녀 기초학습지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문화가족 자녀의 경우 학습 돌봄 부족으로 기초학력이 부족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뉴스를 접하고 또래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요.
다문화가족자녀 기초학습지원 서비스는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자신의 잠재력과 재능을 발견하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춤형 학습지원과 상담서비스까지 지원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족 부모들이 겪는 교육의 어려움까지 어루만져주는 모습에 한국사회에 다문화가정이 동등한 출발선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성가족부는 내년부터 다문화 아동청소년 맞춤형 지원강화를 위해 기초학습지원 운영 가족센터를 올해 90개소에서 138개소로 2배 가까이 확대하고, 이중언어코치도 210명으로 늘린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교적응력 향상을 위한 따뜻한 지원정책이 전국 곳곳에 확대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