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5월 26일, 대법원에서 한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바로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판결이었는데요. A씨는 명예퇴직하기 전 3년동안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되었고 직급이 2단계, 역량 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A씨는 이에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걸게 되었고, 대법원은 여기서의 핵심인 ‘합리적인 임금 차별’이 있었는가 하는 쟁점에 대해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A씨 상황의 경우에는 최고 등급일 경우 월급 93만 원을, 최저 등급이면 283만 원 정도를 깎이는 수준이었기에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텐데요. 이 판결에 대해 노사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며 부딪히고 있습니다. 노동계 측에서는 연령에 따른 임금 차별의 결과를 낳는 임금피크제는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며, 대법원의 판례에 대해 ‘당연한 결과이며,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그러나 재계 측에서는 대법원의 판결 대상이 되었던 사례는 임금피크제의 다양한 유형 중 ‘정년유지형’에 불과하다며, 모든 임금피크제를 무효화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습니다.
대체 ‘임금피크제’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모집ㆍ채용 등에서의 연령차별 금지)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모집ㆍ채용
2.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
3. 교육ㆍ훈련
4. 배치ㆍ전보ㆍ승진
5. 퇴직ㆍ해고
② 제1항을 적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외의 기준을 적용하여 특정 연령집단에 특히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연령차별로 본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이후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근로자의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정년보장 혹은 정년연장과 임금삭감을 맞교환하는 제도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근속연수가 점점 늘어나며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이 높은 우리나라의 임금체계 속에서,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줄이고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하여 도입되었습니다.
이렇게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크게 세 가지의 종류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정년유지형,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으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1. 정년유지형
먼저 정년유지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서두에서 소개드린 판례의 쟁점이 되었던 유형이라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정년유지형’이라는 이름처럼, 정년유지형은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일정 연량 이상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이 되기 전까지 일정 기간동안 삭감하는 형태입니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정년에 대한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되겠습니다. 대법원은 이 유형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에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이 받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2. 정년연장형
정년연장형의 경우는 정년유지형과 다르게 근로자의 정년 나이를 연장하는 것을 전제로, 연장한기간만큼 임금수준을 조정하는 임금피크제입니다. 사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적용중인 대부분의 기업은 이 ‘정년연장형’을 택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임금피크제의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노동자 측의 반대 의견과 가장 합치하는 제도라고 이해해볼 수 있겠습니다.
서두에서 소개드린 판결이,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는 모든 사업장에 전부 적용되기는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정년 연장이라는 변경이 있었는지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무효화할 수 없는 것이죠.
3. 고용연장형
마지막으로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년 이후 계약직 등의 신분으로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입니다. 이 유형을 선택한 기업은, 정년이 된 이후 근로자와 계약관계를 다시 조정하는 절차를 거쳐 고용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 유형은 계약직으로 전환이 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감이 늘어나며, 퇴직 전과 비교했을 때 더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될 확률이 높은 제도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임금피크제는 그 유형에 따라 조금씩 내용이 다른데요. 어떤 유형을 적용받는지에 따라 검토해야 할 요소가 달라지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때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이 과연 합리적인가”의 여부를 보는 시선이 서로 상반되게 나타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원만한 의견 수렴 및 합의점을 찾았을 경우, 임금피크제가 잘 작동된다면 오히려 노동자 측, 기업 측 모두 만족할 만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임금피크제 시행의 원조인 일본의 경우에는 임금피크제를 점차적으로 확대하여, 정년퇴직 연령을 높이고 고령자의 취업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은 바 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이 길고, 검토할 사항도 많기에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빠른 미래에는 분명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고 최근 사회의 변화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의 발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