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현금은 어디서 뽑지?"… 은행 365일 코너가 사라진다

 
365일 코너, 2년간 9% 넘게 감소 KB·우리는 10% 넘게 줄어 유지 비용 들고 관리 부담 커 고령층 등 불편 가중 지적도
최근 은행들이 관리가 번거롭고 비용 부담이 큰 365일 코너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선비즈DB

주말을 포함해 은행 업무 이외 시간에도 여러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포 내 365일 코너가 최근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관리가 번거롭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시설물을 유지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송금과 공과금 납부 등은 모바일뱅킹을 통해 할 수 있어 은행이 365일 코너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 365일 코너가 계속 감소할 경우 심야시간대나 주말에 급하게 현금을 찾아야 할 사람이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또 모바일뱅킹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도 은행 업무 외 시간대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은행이 업무 편익과 비용 절감을 위해 365일 코너를 줄이는 과정에서 금융 취약계층과 소비자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은행 365일 코너, KB·우리·SC 두 자릿수 감소 12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국내 은행 14곳의 365일 코너 수는 4959곳으로 지난 2020년 말 대비 9.2% 감소했다. 은행 365일 코너는 2020년 5463곳, 2021년 5198곳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000곳 밑으로 떨어졌다.

365일 코너는 CD와 ATM 등 자동화 기기를 설치해 고객이 통장이나 카드를 이용해 입출금과 현금서비스, 송금, 예금 조회와 공과금 납부 등을 은행 업무 외 시간에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을 뜻한다. 보통 금융 서비스 이용자가 거의 없는 자정 전후부터 오전 6~7시 사이를 제외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KB국민은행의 365일 코너 수는 지난 2020년 말 738곳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618곳으로 2년 만에 16.3% 감소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821곳에서 712곳으로 줄어 13.3%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SC제일은행도 186곳에서 166곳으로 10.8% 줄었다.

지방은행도 365일 코너를 최근 빠르게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의 경우 2020년 188곳에 달했던 365일 코너를 2년간 30곳(16%)이나 줄였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도 같은 기간 각각 13.7%, 12.9% 감축했다.

2020~2022년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365일 코너 증감 현황/금융감독원

◇ 유지·관리 어렵고 비용도 부담 은행이 365일 코너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것은 투입하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점차 실익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365일 코너는 새벽 시간대를 제외하면 계속 무인점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ATM 가동과 조명, 냉·난방 등을 위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로 일부 은행들은 지방 점포에서 여름과 겨울철에 냉·난방 가동을 멈췄다가 지자체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 시간에도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범죄나 일탈 행위의 공간으로 악용될 수도 있어 관리 부담도 큰 편이다.

ATM 등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 중 상당 부분을 모바일뱅킹이 대체하고 있는 점도 은행이 365일 코너를 줄이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과거에는 공인인증서를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등 모바일뱅킹 이용 절차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근 몇 년간 은행이 IT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면서 현재 대다수 은행의 모바일뱅킹 수준은 전문 송금 애플리케이션(앱)을 앞서는 수준까지 개선됐다. 모바일뱅킹을 통해 거래내역 조회와 이체·송금은 물론 공과금 납부, 환전, 금융상품 조회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러 은행이 비용과 관리 부담이 큰 365일 코너 등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모바일뱅킹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 지방 주민·고령층 등 불편 지적도 자동화기기를 통해 수수료 이익을 거두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상생금융을 표방하는 정부, 금융 당국의 요구로 최근 은행들이 타행 이체 수수료를 잇따라 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1월 1일부터 타행 이체 수수료를 없애겠다고 밝히며 물꼬를 튼 뒤 KB국민과 우리, 하나,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도 모두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ATM을 통한 수수료 이익마저 얻지 못하면 은행이 365일 코너 운영을 통해 얻는 이익은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 시장에서는 올해 이후에도 은행의 365일 코너 운영 감축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365일 코너의 폐쇄로 급하게 돈을 인출해야 하는 사람이나 모바일뱅킹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 취약계층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ATM을 비치한 편의점 등이 많지만, 지방은 편의 시설이 부족해 은행 운영이 끝난 시간에 현금을 찾아야 할 사람이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고령층에서도 모바일뱅킹 대신 상대적으로 ATM을 더 쉽게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365일 코너 폐쇄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365일 코너 감축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없도록 지역별로 이용자 증감 추이와 금융 취약계층 분포 등 여러 요소를 면밀히 따져 폐쇄 점포를 신중하게 선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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