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출금리 인상과 전세 사기와 같은 사건 증가로 인해 전세 수요가 위축되었습니다. 전세가격이 연이어 하락하며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에게 거꾸로 월세를 지급하는 역월세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오늘은 ‘역월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불안한 전세 시장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1월 전국 전세가격은 전년동월대비 7.78% 감소하며,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아파트는 11.78% 감소, 연립주택은 1.69% 감소, 단독주택은 0.08% 감소하며 모든 주택 유형에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은 고금리 이자로 거래량이 줄어들었으며 인천, 경기, 5대 광역시는 매물이 쌓이며 전세가격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세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자 역전세난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세가격이 낮아지며 신규 세입자의 보증금만으로는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 서비스 앱에 따르면 2023년 2월 12일 기준 최근 3개월간 전국 아파트 역전세 사례가 2만 7,92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2022년 10월 26일부터 2023년 1월 25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중 21.3%는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되었다고 합니다.
역전세난이 심각해지자 같은 집을 재계약하는 세입자도 줄었습니다. 2022년 12월 기준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전세 계약은 총 6,574건으로, 해당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저치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계약 중에서도 약 30%는 보증금을 줄여 계약했습니다.
# 보증금 반환 대신 역월세
역전세난이 심각해지자 집주인들은 월세를 지급하면서 세입자들을 붙잡기에 나섰습니다. 일명 역월세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2018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투자를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한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이 내려가자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어졌습니다. 이에 보증금은 기존과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시세와 비교한 보증금 차액만큼의 대출 이자를 월세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공급 물량이 몰려 있는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역월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고, 세입자는 비용을 드리며 번거롭게 이사하지 않고 월세를 받아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서로 윈윈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2년 뒤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전세가격이 더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전국적으로 매매가격도 하락하게 될 경우 집을 팔아도 전세가를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역월세 계약 주의할 점
여러 가지 우려 속에서도 역월세 계약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존 계약서에 전세보증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반환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약 4% 이자를 지급한다는 특약을 넣어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자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면 세입자 입장에서 역월세 계약이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이자율이 낮을 경우 보증금이 낮은 곳으로 이사하고, 차액을 투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세금도 고려해야 합니다. 매달 월세를 받게 되면 이자소득 또는 기타소득으로 잡혀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금만 보고 역월세 계약을 택하기보다는 어떤 것이 더 유리한 지 비교한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세금을 당장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인 경우 역월세 조건 하에 계약 연장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단, 이때는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여 대항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계약서에는 이자 지급일, 지급 금액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합니다. 이자 지급이 밀릴 경우를 대비한 단서도 달아두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며칠 이상 밀릴 경우 계약이 해지되어 보증금 전부를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기존 보증금 그대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대항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전세 시장 전망
전세 시장에서는 세입자를 찾는 것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습니다. 집주인들은 전세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급전을 마련하여 세입자를 붙잡고 있습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세입자들이 웃돈을 주고 전세 계약을 하던 모습과 정반대의 상황입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공급은 늘어나고 수요는 급감하며 역전세난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3년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전년 대비 31.4% 증가했으며, 서울에서만 3만 3,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분양 이후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면서 전세 공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금리의 대출 이자가 부담스럽고,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3년 1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84%라고 합니다. 전세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전세가는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하나은행 포스트와 함께 ‘역월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전세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며 역월세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고, 전세 사기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는 만큼 역월세는 점점 더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역월세 계약을 하기 전에는 본인에게 유리한 지 잘 따져보고, 진행 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