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원 드립니다"…파격 지원 아파트 등장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구 분양시장에 훈풍이 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2009년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은 오히려 대구에 ‘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명박 전 정부가 펼쳤던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대구 분양시장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미분양주택현황보고’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대구 미분양 주택은 1만3565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작년 1월만 하더라도 대구 미분양 주택은 3678가구였는데 불과 1년 새 3배 이상 불어났다. 2009년 1월 미분양 주택 수가 2만1560가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들어 미분양 주택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6월 6718가구였던 미분양 주택 수는 △7월 7523가구 △8월 8301가구로 빠르게 늘다가 9월엔 1만539가구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어 △10월 1만830가구 △11월 1만1700가구로 늘더니 12월엔 1만3445가구로 급증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지난해 1월 123건에서 지난 1월 277건으로 2.25배 늘어났다.

대구 분양시장에 미분양주택이 쌓여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과잉 공급’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최근 3년 대구에 공급된 물량은 △2020년 1만3660가구 △2021년 1만6904가구 △2022년 1만9878가구로 총 5만442가구의 ‘공급 폭탄’이 떨어졌다. 아실이 집계한 대구 적정 수요 1만1803가구의 4배가 넘는 아파트가 지어졌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3만4419가구를 시작으로 △2024년 2만1175가구 △2025년 1만192가구 △2026년 5967가구로 총 7만1753가구가 대구에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지자체가 공급에 제동을 걸었다. 대구시는 그간 추진해온 건축심의를 강화하고 새롭게 접수된 주택건설사업에 대해 승인을 보류하기로 했다. 기존 승인된 사업지도 분양 시기를 조절해 후분양을 유도하거나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것을 사업 주체에 요구할 예정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물량에 장사 없다’는 딱 대구를 두고 하는 말”이라면서 “십수 년 전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면서 타격을 받았던 곳인데 과거 사태가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너무 높은 분양가도 문제다. 최근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 분양가는 전용 84㎡ 5억9700만~5억9900만원, 전용 106㎡ 8억9800만원, 전용 124㎡ 11억5600만원이다. 인근 수성구 범어동 ‘e편한세상범어’ 전용 84㎡가 지난 1일 5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엔 5억59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2015년 입주한 단지지만 새 아파트 분양가가 더 높은 수준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높은 분양가가 문제”라면서 “인근 시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예비 청약자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급량이 많은 대구는 분양 말고도 상대적으로 기회가 더 많아 분양이 더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대구에서는 ‘할인 분양’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서구 내당동 ‘두류스타힐스’는 분양가의 10%를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중도금 60%도 전액 무이자다. 수성구 신매동 ‘시지 라온프라이빗’도 입주 지원금 7000만원을 지원하고 중도금 무이자 혜택, 잔금 납부 유예 등 당근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대구 미분양 주택을 빠르게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1·3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예비 실수요자들이 굳이 지방에 있는 집을 살 필요가 없어서다.

완화 방안에는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하고 서울 전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매하려는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30%까지 허용했다. 비규제지역은 LTV 60%를 적용한다. 부부합산 연소득 9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가 규제지역 내 집을 살 때 적용하던 6억원 한도도 없앴다. 갭투자를 막는 장치였던 전세 대출 규제도 완화했다.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과 부부합산 소득 1억원이 넘는 1주택자도 전세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엔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어 서울 등 수도권 진입이 어려웠지만, 현재는 문턱 자체가 낮아지지 않았느냐”며 “미분양 주택을 사도 수도권에 있는 주택을 사지 대구 미분양 주택을 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2008년 이명박 전 정부에서 내놨던 세금 감면 등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대구 미분양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정부가 가장 먼저 내놓은 ‘6·11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에서는 1년간 지방 비투기지역 미분양 주택을 사면 취득·등록세를 50%까지 깎아줬다. 또 양도세가 면제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중복 보유 허용 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완화했다. 분양가를 10% 내린 주택에 대해선 LTV도 60%에서 70%로 상향해주기도 했다. 이후 11·3 대책(미분양 아파트 매입 시 양도세 중과 배제), 2009년 2·12 대책(지역 미분양 양도세 5년간 전액 면제) 등을 내놨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과거와 같이 확실한 세금 감면 등의 대안을 내놓으면 여유가 있는 투자자들은 대구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분양이 빠르게 해소된다고 확언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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