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아직까지는 골프나 바둑 같은 정적인 운동보다는 90분 내내 혈투를 벌이는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주 2회 정도 경기에 참여한다. 한 가지 더 자랑하자면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퇴근 전 축구 기본기 연습을 10-15분 꼭 실시하는 열정도 가지고 있다. 한데 유감스럽게도 학부 시절 배드민턴을 무리하게 치다가 오른쪽 발목의 염좌를 크게 얻은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병원에서는 단순히 “힘줄이 늘어났네요.”라고 말해주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전거비인대의 부분적인 파열인 것을 알고 있다.
부상을 얻었던 당시 적절한 지식이 없었기에 제대로 된 처치를 하지 못했고, 젊은 패기를 필두로 깁스도 1주일 만에 풀어던져버렸다. 그 결과 여전히 나의 오른쪽 발목은 큰 불안정성과 부정렬을 갖게 되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였던가?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충분히 재활을 이끌어낼 수 있음에도 번거롭고 귀찮다는 이유로 재활 운동을 등한시했다. 《근육 연구소》로부터 숙제를 전달받는 고객들의 마음도 그러하겠지? 여하튼 그러던 중 오늘 볼 경합 상황도 아닌데 혼자서 발목을 크게 접질리고 말았다. 양말을 벗어 확인해 보니 정확히 전거비인대가 위치한 부분이 크게 부풀어 올랐고 바닥을 딛는 것조차 어려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서론이 정말이지 길었는데, 이번 부상을 계기로 완벽하게 발목을 고쳐보고자 오랜만에 글을 작성해 본다. 현재 23년 2월 26일 일요일, 23년 4월 1일 토요일까지 그 좋아하던 축구/풋살을 뒤로하고 발목 재활에 전념해 보고자 한다. ① 발목 염좌는 왜 발생하는가? 인간이 겪는 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급성과 만성이 바로 그것이다. 돌부리를 잘못 밟아서, 혹은 점프 후 착지를 잘못해서, 교통사고, 낙상 등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손상이 일어난 경우는 급성 부상이다. 이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니 사후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 반대로 만성적인 발목 염좌는 나처럼 일전에 발목을 크게 한번 다친 경험이 있다던가, 잘못된 자세 습관이나 운동 부족 등으로 근육의 불균형이 일어나고 → 그것이 뼈대의 정렬을 비정상적으로 만들어 나타날 수 있다. 조금 더 복잡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인간의 힘줄, 인대, 관절낭과 같은 관절 주변 조직에는 ‘고유 수용 감각기’가 존재한다. 우리가 눈을 감고 눈썹이 어디 있는지 찾는 것, 점프 후 바닥을 보지 않아도 제대로 착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신체 전반에 걸쳐 퍼져있는 고유수용감각기 덕분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중추신경계로 전달, 뇌에서 근육을 통해 적절한 피드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이 고유 수용 감각기는 발바닥/손바닥과 같이 감각이 예민한 곳에 조금 더 밀집되어 있다. 그런데 염좌나 파열과 같은 손상을 입게 되면 그와 동시에 많은 고유 수용 감각기들도 파괴가 된다. 때문에 조직의 회복이 완벽히 끝났다면 재활 마지막 단계에서는 반드시 고유수용감각기 훈련을 따로 해주어 죽어버린 감각기들을 되살려야 한다. 다시 나의 발목 이야기로 돌아와보자면, 일전에 학부 때 배드민턴을 치다 얻은 부상 이후 제대로 된 재활 및 고유수용감각 훈련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 잘못된 정렬로 조직이 굳어졌으며 (오른발의 과도한 엎침, 경골의 내회전, 아래로 쳐진 우측 골반 등) 다이내믹한 동작을 수행할 때 발목의 불안정성을 느끼게 되었다. ② 발목 염좌 발생 직후 처치 방법 스포츠 손상의 가장 기본은 “RICE”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본인이 길을 걷다가 혹은 스포츠 활동 중 가볍지만은 않은 발목 염좌를 경험했다면 다음과 같은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R : Rest 움직임을 멈추고 휴식해야 한다. I : Icing 냉찜질을 이용해 부종을 최소화해야 한다. (★ 가장 중요함) C : Compression 붕대나 테이핑 등을 이용해 손상 부위를 압박한다. E : Elevation 손상이 일어난 곳을 심장보다 높게 위치시켜 부종을 최소화한다. 통상적으로 48시간은 냉찜질을, 그 이후에는 온찜질을 하라고 말하지만 최근 추세는 부종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는 시간의 관계없이 지속적인 냉찜질을 추천하고 있다. 그만큼 처음 손상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부종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가장 관건이다. 막말로 완전 파열로 인해 수술대에 오르더라도 부종이 너무 심하면 먼저 부종을 가라앉히고 그다음에야 수술에 들어간다. 손상의 회복을 위해 부종은 당연한 결과이지만 그러한 부종이 손상 초기에는 도리어 약해진 조직들을 2차적으로 손상시키기 때문에 “RICE” 처치법은 보는 것과 같이 대부분이 부종을 막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③ 발목 염좌 2-3일 후 처치 방법 만약 성실하게 “RICE”를 처치했다면 대부분 2-3일 이내 부종이 잡힐 것이다. 물론 통증과 불안정성은 계속해서 남아있을 것이다. 이때 해주어야 하는 일은 ‘발목 주변 근육을 마사지하여 이완시키는 일’이다. 교통사고나 낙상, 스포츠 인저리와 같은 다양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근육은 추가적인 손상을 막기 위해 강력히 긴장되어 부목 역할을 한다. 즉 근육이 경직되어 가상의 깁스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경직된 근육은 물리적으로 트리거 포인트를 해소해 주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이고 계속해서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팔이 부러져 뼈가 붙을 때까지 깁스를 착용했는데, 뼈가 다 붙었음에도 깁스를 풀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자. 관절가동범위에 엄청난 제약이 생기게 된다. 근육도 마찬가지이다. 발목 염좌 이후에는 가자미근, 전경골근, 비골근, 족저근과 같은 발목 주변 근육들이 크게 경직되는데 부분적으로 손상된 조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전히 회복되더라도 해당 근육들의 경직은 스스로 풀리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발목 주변 근육을 마사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손상 부위를 직접 마사지하는 것은 안되고 (대부분은 인대/힘줄 부위에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정확히 근섬유를 타깃으로 마사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경직되었던 근육들이 다시 이완되면서 관절의 가동 범위가 되살아나고, 여전히 조직의 손상은 그대로이지만 불편감과 통증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④ 실질적인 발목 재활 운동 (4-6주간 실시) 우선 여기서 말하는 것이 꼭 정답이 아님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의 경우 크고 작은 부상을 정말 많이 당해봤기 때문에 어디에 어느 정도 손상을 입었는지 방사선 촬영을 하는 것만큼 정확하게는 아니어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내 몸을 직접 처치할 때는 부상 이후 시점부터 바로 재활 운동을 실시한다. (그것이 도리어 통증과 불안정성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운동과 연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그러한 리스크를 감내하기보다는 손상 정도가 심할 경우 보수적으로 4-6주 정도 의사 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깁스를 착용하는 것이 무식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조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발목이 고정되지 않으면 불규칙하게 조직이 얼기설기 재생되고, 이는 외부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능력이 떨어져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 동안 답답한 깁스를 했다면 적어도 손상 부위는 완벽히 회복이 되었을 테니 그때 재활 운동을 실시해도 늦지 않는다. 다시 돌아와서, 발목 재활의 중요한 척도는 · 발목 유연성 증진 · 종아리근 강화 · 중둔근 강화 · 고유수용감각기 훈련 이라고 할 수 있다. 성실하게 종아리와 정강이 주변을 마사지해 주었다면 이어서 스트레칭을 실시한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스트레칭은 요가의 다운-독 자세이다.
갈비 우리를 끌어내려 코어를 잠가준 뒤 좌골을 좌/우로 펼쳐 엉덩이를 열어주면 고관절이 내회전되면서 동시에 종아리가 스트레칭된다. 무지외반이 있는 사람은 위 큐잉을 적절히 실시했다면 무지외반이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스트레칭이다. (30초 X 3세트 반복) 다음은 중둔근을 강화한다. 중둔근은 골반 외측에 붙어 고관절의 회전을 돕는 녀석인데, 인간의 보행에서 가장 중요한 근육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직립을 하기 때문에 걷거나 달릴 때 한 발로 서는 구간이 존재한다. 이때 중둔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 골반의 평형을 유지할 수 없게 되고 → 골반의 평형이 유지되지 못하면 무릎과 발목이 정상 정렬에서 벗어나게 되고 → 이는 발목을 무너지게 만들어 염좌에 취약해진다.
해당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래와 같다.
먼저 발목에 루프 밴드를 착용하고 갈빗대를 끌어내리는 한편 엉덩이는 조이지 말고 좌/우로 열어준다. 그 상태에서 자세를 가볍게 낮춘 뒤 한 발을 들어 밴드를 옆으로 늘려준다. 버티는 발은 발목이 안쪽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버텨야 하고, 들어 올린 발은 중둔근의 수축 운동을 기대할 수 있다. (각 15회 X 3세트 반복) 다음은 짐 볼을 이용한 중둔근 강화 운동이다.
짐볼을 골반 위치에 두고 벽에 기대어 준다. 안쪽에 있는 발은 가볍게 떼고 갈비뼈 내려서 복부 수축, 엉덩이 좌/우로 열어주기를 실시하면 고관절이 내회전되면서 골반 소켓에 쏙 박히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려주면 짐볼에 튕겨져 나가지 않기 위해 중둔근이 일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평발이 있거나 무지외반증을 가진 사람은 발의 모양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0초 버티기 X 3세트 반복) 위 3가지 동작을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4주 이상 반복한다. 제대로 수행했다면 이미 강철 발목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달리기부터 시작해서 축구, 수영, 테니스, 복싱 등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단순 재활 운동뿐만 아니라 말미에는 앞서 강조했던 고유수용감각기능 훈련을 추가로 해주는 것이 좋다.
· 체간 중립을 유지하면서 한 발 데드리프트를 실시 (15회 X 3세트) · 한 발로 서서 중립 자세 유지 후 눈을 감고 버티기 (30초 X 3세트) 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감각기를 자극해 보자.
마지막 단계로 발목의 감각을 깨우고 기계 수용기 자극을 위해 다양한 플라이오 메트릭 훈련 방법도 있으나 비교적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기에 (운동에 취미가 없다면 굳이 여기까지는 하지 않아도 됨) 가능하다면 집 주변 재활 운동 전문가를 방문하여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글은 발목 염좌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지만 사실 나 스스로와의 약속과도 같다. 이번에 또 발생한 발목 염좌를 게으름으로 인해 그냥저냥 넘겨버린다면 좋아하는 축구를 또 쉬어야 할 것이다. 나부터 앞장서서 해당 동작들을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만성적인 발목 염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 보이겠다.